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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흙 한 줌에 담긴 44년…마지막 올스타전, 팬들은 추억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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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끝으로 철거되는 잠실야구장에서 마지막 KBO 올스타전이 열렸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뜨거운 햇볕 아래 긴 줄을 서면서도 잠실의 흙을 병에 담고, 전설적인 선수들의 유니폼 앞에서 사진을 남기며 오랜 추억과 작별했다.

11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인근에 마련된 팬 페스트존에서는 실제 잠실구장 내야에 사용된 흙을 작은 공병에 담아주는 행사가 진행됐다. 잠실구장과 이곳에서 열린 마지막 올스타전을 기억할 수 있도록 준비된 특별한 기념품이었다.

기온이 32도에 가까운 무더운 날씨에도 팬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일부 관람객은 한 시간 반 넘게 기다렸고, 이틀 동안 선착순으로 제공하기 위해 준비한 공병 5천개는 모두 소진됐다. 부스도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운영을 마쳐야 했다.
중학생 시절 부모님과 처음 잠실구장을 찾았다는 한 LG 팬은 경기장에 드리우던 노을과 가족의 추억을 더는 같은 모습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다만 새로운 돔구장으로 다시 태어날 잠실을 기대하며 아쉬움을 달래겠다는 마음도 전했다.

이날 마지막 잠실 올스타전을 보기 위해 2만3천750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팬들은 별도 전시 공간에서 44년 동안 이어진 잠실구장의 역사를 돌아봤다. 잠실에서는 90차례 한국시리즈 경기가 열렸고, 25번의 우승팀이 탄생했다.

한국 야구를 대표했던 전설들의 흔적도 한자리에 모였다.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일본전에서 극적인 홈런을 터뜨린 한대화, 잠실에서 영구결번식을 치른 박철순, 프로야구 원년 4할 타율을 기록한 백인천의 유니폼이 전시됐다. 팬들은 유니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자신만의 야구 기억을 되새겼다.
43년째 두산을 응원해온 한 팬은 어린이 회원으로 잠실을 드나들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 팀을 지켜봤다며, 아들이 구해준 입장권 덕분에 마지막 올스타전을 현장에서 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지난해 김재호의 은퇴 경기에서 나온 두산의 극적인 역전승을 꼽았다.

그라운드에서도 마지막 잠실 올스타전을 기념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잠실 아이돌’로 불리는 정수빈은 3회 타석에 들어서기 전 화려한 분장과 함께 등장해 두산 마스코트 철웅이와 춤을 선보였다. 관중들도 팔을 흔들며 동작을 따라 했고, 잠실구장은 웃음과 환호로 가득 찼다.
정수빈에게 잠실은 처음 프로야구 그라운드를 밟았던 공간이자 선수 생활의 대부분이 쌓인 무대다. 그는 유쾌한 퍼포먼스로 마지막 올스타전의 아쉬움을 달래며 팬들과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

잠실구장은 사라지지만 그곳에서 쌓인 기억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팬들이 공병에 담아간 흙과 사진, 선수들의 마지막 퍼포먼스는 44년 역사를 이어온 잠실야구장을 오래 기억하게 할 새로운 기록으로 남게 됐다.

사진 = 연합뉴스, 두산 베어스 제공, 티빙 중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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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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