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라 부를 만한 새 역사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졌다. 침묵했던 120년 세월이 하나의 결승골로 환호와 눈물로 바뀌었다. 전반 16분 경기장을 가른 에버레치 레제의 오른발, 크리스털팰리스 팬들은 그 순간을 평생 기억하게 됐다.

크리스털팰리스는 1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결승전에서 맨체스터시티를 1-0으로 꺾고 창단 120년 만에 첫 FA컵 우승을 달성했다.

이날 결승은 세계 정상급 전력의 맨시티와 프리미어리그(EPL) 중위권팀인 크리스털팰리스의 맞대결로 관심이 집중됐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맨시티는 강한 압박과 빠른 볼 전개로 팰리스 진영을 위협했다.

전반 6분 케빈 더브라위너의 크로스를 엘링 홀란이 다이빙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골키퍼 딘 헨더슨의 선방에 막히면서 초반 리드를 잡는 데 실패했다.

이어 전반 14분에는 마누엘 아칸지의 헤더 슛을 헨더슨이 몸을 던져 막아냈다.

팰리스는 맨시티의 파상공세를 맞서며 수비 집중력을 놓치지 않았고, 전반 16분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냈다.

다니엘 무뇨스가 빠른 역습으로 오른쪽 측면을 돌파해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고, 에버레치 레제가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침착하게 오른발로 마무리해 팀에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선사했다.

이후 맨시티는 전열을 재정비하며 동점골 기회를 노렸다.

전반 33분 베르나르두 실바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태클에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을 얻어냈지만, 오마르 마르무시의 슈팅이 헨더슨의 깔끔한 방향 예측에 막히며 무산됐다.

전반을 1-0으로 마친 크리스털팰리스는 후반 12분 또 한 번 골망을 흔드는 듯했으나, 무뇨스의 슛이 이스마일라 사르의 몸에 굴절돼 골대 앞에서 재차 마무리됐음에도 비디오판독(VAR) 결과 사르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던 것으로 드러나 득점이 취소됐다.

맨시티는 후반에도 끊임없이 팰리스 진영을 공략했으나, 크리스털팰리스 골키퍼 헨더슨의 연이은 슈퍼세이브와 굳건한 수비에 막혀 끝내 동점에 실패했다.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크리스털팰리스는 창단 이래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경기 후 크리스털팰리스 선수들과 로이 호지슨 감독은 "팀의 역사적인 순간, 훌륭한 팀워크와 헌신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입을 모으며 감격을 드러냈다.

영국 현지 언론과 팬들은 "'언더독의 기적', 120년 기다린 우승"이라며 크리스털팰리스의 투혼에 찬사를 보냈다.

EPL 12위로 시즌을 마친 크리스털팰리스는 이번 우승으로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리그 페이즈 진출권을 획득, 창단 이래 첫 메이저 유럽클럽대항전 진출이라는 겹경사를 맞았다.

크리스털팰리스는 2024-2025시즌 UEL에서 새 역사를 써내려갈 예정이며, 맨시티는 2시즌 연속 FA컵 준우승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