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첫 번째 ‘FIFA 평화상’을 수여한 뒤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겼다는 이유로 시민단체로부터 윤리위원회에 제소됐다.

10일 일BBC와 ESP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 기반 인권단체 ‘페어스퀘어’는 최근 FIFA 윤리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인판티노 회장이 FIFA 정관에 명시된 정치적 중립성을 최소 네 차례 명백히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지난주 미국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추첨 행사에서 인판티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형 황금 트로피, 메달, 인증서를 포함한 ‘초대 평화상’을 전달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트럼프를 향해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리더의 모습이다. 언제나 제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대통령님”이라고 말했다. 페어스퀘어는 이에 대해 “현직 정치 지도자에게 성격상 정치적 가치 판단이 수반되는 상을 부여한 것은 FIFA의 중립 의무 위반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특히 FIFA 내부에서도 “평화상 신설 과정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ESPN은 “인판티노가 독단적으로 상을 신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페어스퀘어는 이를 두고 “인판티노가 조직의 권한을 일탈해 남용한 것이라면 ‘중대한 권력 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은 평화상 수여만이 아니다. 페어스퀘어는 인판티노 회장이 올해 내내 공개적으로 트럼프 정책에 우호적 발언을 해왔다고 주장한다. 인판티노 회장은 지난 10월 인스타그램에 “트럼프는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적었다. 11월 마이애미 미국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트럼프가 미국에서 펼치는 정책을 모두가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우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트럼프 취임식에서도 영상 메시지를 통해 “함께라면 우리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더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페어스퀘어는 “이러한 SNS 게시물과 발언들은 특정 국가의 정책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FIFA 내부규정이 금지하는 정치 개입”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