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분투 '손' 떠나자 토트넘 휘청…강등 위기 뒤엔 누적된 구단 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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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LAFC)이 10년간의 활약을 뒤로하고 미국행을 택한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가 창단 이래 최악의 암흑기를 맞이하고 있다.
불과 1년 전인 2025년 5월, 토트넘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하면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손흥민이 떠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2026년 3월 말, 토트넘의 위상은 수직 낙하했다. 리그 31라운드를 마친 현재 토트넘의 순위는 17위. 토트넘은 구단 역사상 유례없는 강등 위기에 처했다.
토마스 프랭크 감독은 부임 첫 시즌에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고, 소방수로 영입된 이고르 투도르 감독은 7경기 1승1무5패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부임 44일 만에 30일(한국시각) 물러났다. 구단 스토어 매출은 반 토막이 났다. 오랫동안 토트넘을 후원해온 주요 스폰서십의 계약이 해지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토트넘은 18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승점 차가 1점에 불과한데, 잔여 7경기 대진표상 18위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 2부리그로 강등된다면 수익 저하로 2억5000만파운드(5015억원)의 경영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영국의 보고서도 나왔다.
토트넘의 추락이 단지 손흥민 한 명의 부재 때문이라는 분석은 과장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손흥민의 고군분투가 구단의 고질적인 ‘선수단 구성 실책’을 가려주는 방패막이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이다. 토트넘의 위기는 잘못된 결정들이 누적된 결과다.
가장 치명적인 패착은 중원 사령탑의 실종이다. 현대 축구 전술의 핵심인 미드필드 진영에서 경기를 설계하고 템포를 조절할 ‘플레이메이커’ 확보에 실패하면서 팀의 경기력은 급격히 하락했다.
토트넘이 UEFA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미어리그 준우승을 이루던 시절 이 역할은 덴마크 대표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담당했다. 에릭센의 뒤에는 ‘황금세대’ 벨기에의 후방 빌드업을 책임진 수비수 얀 페르통언과 토비 알더베이럴트가 있었다.
이들이 떠난 뒤 토트넘이 영입한 선수들은 모두 실패했다. 프랑스 출신 탕귀 은돔벨레는 게으르고 기복이 심했고, 아르헨티나 출신 조반니 로셀소는 프리미어리그의 피지컬 게임과 어울리지 않았다. 두 선수에 대한 거액 투자 실패 이후 활동량과 수비력이 좋은 박스 투 박스형 미드필더를 주로 영입했지만, 중원의 브레인은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경기력이 좋았던 것은 전성기에 도달한 9번 공격수 해리 케인이 10번 역할로 내려와 손흥민과 역사상 최고의 콤비 플레이를 펼쳤기 때문이다. 2020년 조제 모리뉴 감독이 구축한 전술이다.
2021년 안토니오 콘테 감독도 ‘손케 듀오’ 조합으로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두 번째 시즌(2022년)에는 윙백 축구를 시도하며 손흥민에게 10번 역할을 전담시키는 전술을 시도한 것이 실패로 돌아가 경질됐다.
2023년 여름,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뒤에는 잉글랜드 대표 제임스 매디슨이 영입되어 최전방에 배치된 손흥민과 좋은 시너지를 냈다. 매디슨이 큰 부상을 당한 뒤에 이 효과는 실종됐다. 2024년 영입한 아치 그레이와 루카스 베리발은 18살 유망주였다.
토트넘에는 기술과 속도, 힘을 갖춘 개별 자원들은 풍족하다. 하지만 이들을 하나의 유기적인 팀으로 묶어줄 ‘필드의 사령탑’이 부재하다. 이러한 스쿼드 구성에서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선수비 후역습의 실리 축구가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토트넘은 공격적인 축구 철학을 가진 감독을 고집했다.
문제의 본질은 토트넘의 기만적인 영입 정책에 있다. 팀의 전술적 중심을 잡을 미드필더는 시장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매물이다. 토트넘이 영입한 선수들의 가치는 ‘실력’보다 ‘잠재력’에 치중되어 있었다. 즉, 재매각 가치(Resale Value)가 반영된 어린 선수들에게 거액을 썼을 뿐, 검증된 베테랑에게 지출해야 할 연봉에는 인색했다.
특급 미드필더들은 높은 연봉과 함께 우승 커리어를 원한다. 토트넘의 최대 주주인 루이스 가문은 이제야 선수를 영입할 때 이적료가 아닌 연봉이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상황을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다.
한준 풋볼아시안 발행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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